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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필카(필름 카메라) 이야기

Film Archive 2010/07/07 11:46

 나중에 한번 제대로 이야기해볼 기회를 만들어 보겠지만, 오늘은 디지털 포맷의 시대인 오늘날 필름, '필카'에 대해 간단한 내 생각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오늘날 필름과 필름카메라는 마치 특유의 색감과 거친 입자, 혹은 뿌옇게 된 초점 등을 통해 독특한 감각을 가진 사진을 만들어주는 사진기 정도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이런 점이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시킨다고 하여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필름의 판매량이 오히려 늘고 있을 정도로 필카가 다시 사랑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 어떻게 보면 이건 대단히 틀린 생각이며 사실 사진 본연에 목적에 있어서 필카와 디카가 갖는 차이는 없다. 무슨 말인고 하면, 둘 다 최대한 정확한 형태와 색상을 평면상에 기록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세상에 등장한 툴인 것이란 이야기이다. 필름은 왜곡된 색상과 뿌연 초점을 가진 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최근의 상식대로라면, 필름 카메라만 있던 시절에는 사진들이 다 톡톡 쏘는 색에, 뿌옇고, 흐릿하고, 그래서 신문 1면에 나온 대통령 사진도 로모마냥 뽀샤시하고 그랬을까? 그렇지 않았다.

 필름사진은 왜곡된 색감과 뿌연 초점을 가진다는, 이런 필름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은 필름의 특성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사진기는 받아들인 빛의 정보에서 색온도를 측정하고 그에 맞는 색을 입힌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어떤 조명에서도 정확한 색상을 가진 결과물을 보여주게 된다. 반면 필름의 감광층은 색온도가 정해져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필름이 원래 목적으로 했던 조명이 아닌 환경에서 촬영하게 되면, 그 조건이 조금만 어긋나더라도 바로 잘못된 색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실외용, 실내용 필름들이 다 따로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 불과 십년 전만 하더라도 필카를 사용했던 시절이고 그 당시엔 사진기자분들이 실내용, 실외용 필름을 따로 끼운 카메라를 두대, 세대씩 한번에 들고 다니며 취재를 하셨다는 이야기는 필름으로 정확한 색온도의 사진을 얻기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

 

(색온도 설정에 따라 달라지는 사진들)


 초점도, 최근 유행하는 고정 초점, 고정 조리개의 토이카메라들이나 노후해서 상태가 좋지 않은 올드카메라들로 찍은 사진들이 흐릿하고 흔들린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좋지 못한 것일 뿐 제대로 된 바디로 제대로 촬영한다면 당연히 제대로 된 모습으로 촬영할 수 있는 것이 사진이다.

 정리하자면, 결국 잘못된 조건에서 잘못 찍은 사진들과 그 사진 속의 감성이 인기를 끌면서 마치 필름카메라가 원래 그런 것인 양 인식되어 있는데,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필름의 한계를 응용(?)해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아내는 이런 것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필름 사진은 원래 그렇다는 잘못된 상식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35mm 필름보다도 더 앞선 시절로 내려가면 사진은 정말 철저한 기록의 툴로서, 한 치의 흔들림이나 잘못된 노출도 전부 잘못 찍힌 사진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진기의 휴대가 가능해지고 여러 흑백사진 시절의 사진작가들을 거치면서 오늘날에는 일부러 흔들고, 과잉 노출을 주고, 색에 왜곡을 주는 것이, 미를 담고 있다면 얼마든지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지만 말이다. 최근의 필름카메라 붐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사진을 예술로 승화시킨 흑백사진 시대의 작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나 같은 경우에도 일반적인 경우에는 DSLR을 사용해 왔지만 최근엔 이런 이유에서 필름을 많이 병행하고 있다. 즉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정확하게 필름과 사용 환경을 맞추고, 정확한 촛점을 잡아주는 사진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을 끼우고, 수동으로 초점을 사용해서 일부러 날리는가 하면, 노출도 굳이 열심히 맞추지를 않는 것이다. 필름으로도 정확한 사진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정확하게 찍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사진은 디지털로도 가능한데 필름 한롤당 2000원~7000원가량 가격을 지불하고 현상비까지 들여가며 필름으로 찍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진 본연의 기능을 더 발전 계승한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했음에도 필름은 그렇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서 스스로의 생명을 연장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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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27 10:53 댓글주소 | 수정/삭제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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